눈뜬 장님
책장에 쌓인 그것들
그 많은 것 중 그나마 기억나는 건 그것들의 종말 이야기
분명 미간을 찌푸리고 눈핏줄이 터질 때까지 청춘을 바친 글자들이었는데
시간이 지나고 모두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.
장지에 먹을 뿌리고 점차 검은 점이 커지듯
기억 속 검은 구멍이 자리를 넓힌다
새하얀 머리 속 새까매진 기억들을 되찾을 수 없다
난 현재를 살아가면서 또다시 과거를 검게 칠한다
뒷장의 글자들이 자간을 좁힐수록 앞장은 찢겨져 책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듯 하다.
+ 책갈피가 꽂히는 기준은 무엇일까?