저는 햇빛을 먹지 못합니다.

학창시절, 알레르기 증상에 대해 묻는 가정통신문이 있었는데-
그리고 그 종이의 빈칸을 채우지 못하는 내가 서운했는데-
선천적 결핍에 대한 서운함, 즉 선망은 아마 결핍 이후 받을 수 있는 타인의 의무적 애정이었을 것입니다.

때마침 햇빛을 보면 코가 간질간질
가끔은 진짜 재채기님이 나오기도 했습니다.
그렇게 갑자기 발병한 햇빛 알레르기.

그때부터 이 특이하고 소중한 알레르기에 대해
소개하고 자랑하기를 반복하며 애정 수집에 열을 올렸습니다.

어두운 곳에서 해가 뜨고 지기를 그저 지켜보며 넷상에서 관심을 캐 먹던 저는
알레르기가 완치된 지금도, 태양을 등지고 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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